2009년 05월 22일
새로운 간판들 정말 아름다워 보이세요?
거리 곳곳마다 간판들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청계천에서 시작된 이 변화의 물결은 강남으로 그리고 다시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라는 기치아래 21세기에 난데없는 제2의 새마을운동인 셈이죠. 마치 70년대 논을 네모반듯하게 정리하고, 강둑을 일직선으로 선을 긋고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던 그 시절처럼 말이죠. 그나마 새마을 운동은 생산성을 높이고 홍수를 방지하는 순기능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의 간판정비사업은 대체 어떤 순기능이 있는걸까요?
아! 건물의 미관을 살리는 효과 말인가요? 멋지게 지어진 도심의 인텔리전트 빌딩이나 디자인적으로 근사한 빌딩에 마구잡이로 간판들이 난립해 있는 걸 보신 적이 있나요? 건물 수준에 맞춰서 다 멋진 회사들과 가게들이 들어가기때문에 그런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오래되어 남루해진 건물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입체글씨(채널) 간판들이 안 어울리다 못해 추해 보이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간판(Sign)의 사전적 의미는 상점·회사·영업소·기관 등에서 그 이름·판매상품·영업종목 등을 써서 사람 눈에 잘 띄도록 걸거나 붙이는 표지(標識)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간판보다 더 눈에 띄고 싶어져서 더 크게, 더 화려하거나 고급스럽게 더 많이 붙이려들다보니 도시 속에서는 건물의 외관 자체가 온통 간판으로 쌓이게되면서 흉물스러워 보이는 면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만 보면 요즘에 여기저기 바뀌고 있는 간판들이 예전보다 훨씬 깔끔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 우리들이 길을 걸으면서 어떤 곳을 찾을 때를 생각해 보면 걸려있는 간판 들을 보면서 저 집은 무엇을 하는 집인지, 얼마나 오래되었을 집인지, 심지어 식당의 경우는 맛이 있을지 없을지 비쌀지 쌀지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짐작을 하곤 했었지요. 하지만 바뀌어 버린 간판 체계에서는 약국도 부동산도 음식점도 세탁소도 거의 비슷하게만 보입니다. 그 이유는 간판의 디자인적 개성은 모두 없어져 버리고 개성없는 아이콘과 글씨만 남아버린 때문입니다.
혹시 아래 사진처럼 유럽의 거리와 간판들을 벤치마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위 사진 속의 간판들은 그 자체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고, 업종마다, 가게마다의 개성도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뚝딱 일괄로 만들어서 바꾸어서 만들어지는 그런 거리가 아니라는 말씀. 유럽의 경우는 공기관 측에서 간판의 크기, 재질, 위치 등에 대한 법적인 행정규제는 엄격한 반면에 간판 그 자체의 디자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습니다. 개성이 존중되는 성숙한 시민사회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그런 일에 더더욱 국세가 사용되는 일은 더더욱 없겠지요. 그러니 누구든 유럽의 사례를 이야기하지는 말아 주세요.
다시 우리나라 간판 이야기로 돌아와서 질문입니다.

자, 간판정비사업의 전국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강남 압구정 거리의 간판정비사업 Before와 After 사진입니다.
대체 어딘가를 찾아가려고 할 때의 당신에게 있어 전과 후 어느 쪽이 더 유용할까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간다면 쉽게 알아볼 수나 있을까요?
미적인 부분을 따져본다고 해도 과연 정비 후 쪽이 더 아름답다고 정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정말 우울한 건, 지방을 내려가 보면 지방의 관광지들까지도 모두 위 압구정 거리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체 전국적으로 보면 수천억 아니 수조원 이상이 들어갈 수도 있는 이러한 사업이 왜 진행되고 있는걸까요?
혹시 경기부양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일까요?
그렇다면야 쬐금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첨) 아, 이런 좋은 사례도 있긴 하군요. ^^
성남 상대원시장 간판 여행 [간판정비사업]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